우주에는 무수한 별이 있고, 그들 가운데는 태양계와 마찬가지로 행성계를 거느린 것이 많다. 이들 별 가운데 생명이 발생해 진화를 마친 천체는 어느 정도나 될까? 우리들은 아직 그 답을 알지 못한다. 생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천체는 우리들이 사는 지구이다. 생명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의 원자가 모인 유기물이며, 유전정보를 지니고,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이 있다. 또 세포막에 싸여 막을 통해 에너지나 물질을 거두어들여 몸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한 대사반응을 하고, 노폐물을 세포 밖으로 버린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데 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생명기원론에 따르면 원시지구에서 메탄, 암모니아, 시안화수소, 포름알데히드 등의 단순한 분자에서 아미노산과 지방산이 합성되고, 그들이 결합해 단백질, 지질, 핵산 등이 합성되었다고 한다. 또 그것들이 일련의 반응계로서 기능하고, 동시에 세포가 막으로 감싸여 최초의 세포가 태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원시대기의 화학 조성을 가정하고 번개의 방전이나 자외선 조사를 통해 그것들에 반응을 일으켜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물 분자가 생기는지를 조사하는 실험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1953년에 중수소의 발견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해럴드 유리 밑에서 연구한 스탠리 밀러 등이 최초로 시도한 것으로, 생화학자 알렉산드르 오파린이 제시한 '원시해양의 수프에서 생명이 발생했다'는 설을 실험을 통해 과학의 한 분야로 개척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밀러 등은 원시대기의 화학 조성으로서 환원성을 띠는 수소, 메탄, 암모니아를 가정하여 실험을 하고 몇 가지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실험에서 얻은 아미노산 등의 유기물 분자와 그 존재도는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시골 마을 머치슨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에 함유된 유기물과 유사하여 연구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후 태양계 형성론이 진보함에 따라 원시대기는 밀러가 설정한 실험계의 기체보다도 더 산화성을 띠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가 주성분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 조성에서는 유기물 분자의 생성량이 아주 적어진다. 따라서 단순한 유기물 분자가 중합하여 생명체를 탄생시킨다고 하더라도, 단백질, 핵산, 지질 등의 유기물이 과연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생명은 어떤 곳에서 생겨났을까? 화학진화에 기초하는 생명의 기원론에서는 환경 속에 존재하는 단순한 분자가 점점 복잡해지고 농도가 늘어나 생명체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핵산 등의 분자가 생기고, 그들이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 안에서 하나의 반응계로서 시스템을 구성하다고 생각한다. 오파린은 이런 곳으로써 수프처럼 유기물질이 풍부한 원시의 바다를 생각했다. 최근에는 심해의 열수분출구와 같은 고온 환경이 생명이 발생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수분출구는 수소, 메탄, 황화수소 등의 환원성 물질이 녹아든 열수가 지하에서 바닷물로 분출되는 곳이기 때문에 산화 환원 반응을 통해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기에 적합하다. 흥미롭게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생명이 열수 환경에서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데이터가 제시되었다. 그 데이터는 리보솜의 RNA 염기배열을 비교하여 지구 상에 존재하는 전 생물의 계통 관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얻었다. 그림 3-17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이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견해를 바탕으로 염기배열의 공통성을 척도로 계통 관계를 나타냈다. 먼저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은 크게 원핵생물과 진핵생물로 구별된다. 진핵생물은 세포 안에 핵이 있고 그 안에 유전물질이 들어 있는 데 비해, 원핵생물은 세포 안에 유전물질이 떠다니는 상태로 존재한다. 진핵생물이 세포도 더 크고,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 등의 세포 내 소기관도 많이 복잡하다. 이러한 진핵생물은 원핵생물의 어느 한 그룹에서 파생되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원핵생물의 세계를 상세히 조사하면 고세균과 진정세균의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고세균은 절대 혐기성 환경이나 염분이 높은 환경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미루어 오래된 생물이라 생각되어 고세균이라 명명했다. 고세균과 진정세균은 모두 계통수의 뿌리 가까운 부분에서 갈라진다. 이러한 리보솜 RNA의 염기배열을 바탕으로 만든 계통수에 개개 생물의 서식 온도를 써넣었더니 공통 조상에 가까운 원핵생물에 다가갈수록 고온 환경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보솜(RNA) 계통수의 뿌리 가까운 곳에 자리 잡는 원핵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으로는 온천을 들 수 있다. 온천은 고온이므로 진핵생물 등 계통수의 말단에 위치하는 생물들은 서식할 수 없는 특수한 환경이다. 일본에는 다수의 온천과 지열 지대가 있으며, 그들 가운데 원시지구의 생태계를 방불케 하는 곳이 있다. 나가노 현의 유마타 온천, 나카부사 온천, 나가노유 온천 등에서는 황화수소를 함유한 온천수가 끓어오르며, 황화수소를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원시적인 원핵생물이 마치 흰 고양이 털로 만든 깔개처럼 퍼져 있다. 마치 흐르는 물속에서 잔디가 자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황잔디라고 부른다. 황잔디는 온천수가 끓어오르는 입구에 있으며,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광합성세균인 클로로플렉수스, 이어 시아노박테리아로 변해간다. 이러한 온천의 미생물 생태계는 원시지구의 생명 진화를 탐구하는 훌륭한 연구 재료가 된다. 생명과 생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기란 어렵다. 영어로 생명은 라이프라고 하며 생물은 오거니즘이라 한다. 예부터 사람들은 동물과 식물을 생물이라고 부렀다. 한편 생명이라는 말에는 살아 있는 상태를 갖춘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살아 있는, 즉 생명을 가진 동물이나 식물의 성질을 조사하면, 그들은 여러 가지 유기물로 구성되며, 에너지대사를 하고, 자기를 복제하는 메커니즘이 있으며, 하나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지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생대의 지각과 천이 (0) | 2022.08.05 |
---|---|
비교행성학으로 알아보는 원시지구의 모습 (0) | 2022.08.05 |
달은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 (0) | 2022.08.05 |
지구핵의 경원소 문제 (0) | 2022.08.05 |
우주먼지에서 태어난 지구의 성장 과정 (0) | 2022.08.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