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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

시생대의 대륙 발바라

by pfen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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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 년 전에 형성된 변성도가 매우 낮은 현무암이나 퇴적암이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안정지괴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필바라 안정지괴에 남아 있다. 이들 지역은 활동적인 행성인 지구에서 시생대의 지구 표층 환경을 간직한 기적에 가까운 지역이다. 게다가 이들 지역은 지질학적 특징도 매우 비슷하다. 발바라(Vaalbara)는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안정지괴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필바라 안정지괴의 이름을 딴 조어이다. 안정지괴는 선캄브리아대에 안정돼 그 후 활동을 멈춘 대륙을 말한다. 시생대부터 원생대 초기에 이르는 두꺼운 지층이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안정지괴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필바라 안정지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안정지괴는 원생대의 조산대인 림포포대를 사이에 두고 북쪽의 짐바브웨 안정지괴와 대치하고 있다. 카프발 안정지괴에는 대규모의 바버턴 그린스톤 벨트를 포함하며, 그곳에서는 35억 년부터 32억 년 전 무렵의 코마티아이트를 포함한 화산암이나 퇴적암이 보인다. 1969년의 상부 맨틀 계획에서 그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필바라 지역과 나란히, 가장 오래된 생명 화석이 발견되는 등 여기서도 중요한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28억 년부터 24억 년 전 무렵에 위츠워터스랜드 누층군, 트랜스발 누층군 등 두꺼운 지층이 퇴적되었다. 트랜스발 누층군 가운데 그리콰랜드 층군에서는 두꺼운 줄무늬 철광상의 퇴적이 보인다. 이것은 당시 대륙봉에 퇴적한 것이며,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해머즐리 줄무늬철광상과 나란히 슈퍼리어형에 속한다. 1996년 지질학자 에릭 체니는 카프발, 필바라의 두 지역에 노출된 시생대에서 원생대에 걸친 지층의 퇴적 방법이 서로 훌륭하게 대응하고 있음에 주목했으며 이를 통해 두 안정지괴가 당시 나란히 배치되어 하나의 큰 대륙을 이루었다는 견해를 제창했다. 이 대륙이 두 안정지괴의 이름을 딴 초대륙 발바라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지층은 아래에는 포티스큐 층군, 해머즐리 층군, 하부 윌루 층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오래된 미생물 화석이나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퇴적 구조가 발견된 필바라 누층군의 위쪽에 위치한다. 포티스큐 층군은 27억 7000만 년부터 27억 1000만 년 전에 걸쳐 퇴적한 것으로, 사암이나 현무암이 주성분이다. 해머즐리 층군은 26억 8000만 년부터 24억 3000만 년 전에 걸쳐서 퇴적한 것으로, 탄산염암이나 줄무늬철광상을 사이에 둔다. 하부 윌루 층군은 24억 7000만 년부터 22억 년 전의 것이며, 원생대 초기의 빙하퇴적물을 사이에 두고 있다. 같은 모양으로 퇴적한 지층이 카프발 안정지괴의 위츠워터스랜드 누층군, 트랜스발 누층군에서도 보이며, 퇴적 연대도 거의 일치한다. 지층이 퇴적하는 방식의 공통점은 과거의 대륙을 복원하는 실마리 가운데 하나이다. 지질학자는 이러한 단편적인 바탕으로 과거의 대륙 모습을 추정한다. 즉 발바라 대륙은 하나의 작업가설이며, 시생대에 남아프리카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가 대치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모아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생대의 안정지괴로서 카프발 북쪽에는 짐바브웨 안정지괴, 필바라 남쪽에는 일간 안정지괴가 있다. 짐바브웨와 카프발 경계부의 조산대가 림포포 조산대, 필바라와 일간의 경계에 생긴 조산대가 캐프리콘 조산대이다. 이들 조산대는 20억 년부터 18억 년 전에 형성된 것이다. 이 무렵 각지에 생긴 오래된 대륙이 모여 큰 대륙이 되었음을 선캄브리아대의 조산대가 이야기해준다. 지구 표면을 덮은 강체 같은 판이 상호 운동하는 지각변동은 언제쯤 시작되었을까? 이 의문에 답하려면 어떤 환경에서 판구조론이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구와 그 밖의 고체 행성의 지질구조를 비교하면, 판구조론이 작용하는 천체는 지구뿐이다. 달이나 수성, 화성은 표면 전체를 하나의 암석권이 덮고 있다. 암석권이 여러 장의 판으로 나뉘어 상대운동하고 있는 증거는 없다. 이들 행성의 내부는 식어 단절되어 있으므로 지각과 암석권이 두껍게 수평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운동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성은 표면 온도가 370도이고 지각이나 암석권은 고온 상태이다. 금성에도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열곡이나 중앙해령, 변환단층, 해구나 호상열도, 혹은 조산대를 특징으로 하는 산맥은 보이지 않는다. 금성에는 코로나라는 거대한 타원형 구조와 방사상 암맥이 곳곳에 형성되어 있는데 내부에서 상승한 플룸이 표면에 도달하여 그러한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구형 행성의 지질구조를 비교하면 지구에만 판구조론이 작용하는데, 그 까닭은 지구 표면이 차갑고 지각이나 암석권의 강도가 커서 강체처럼 뒤흔들리는 역학적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지각이나 암석권으로 이루어진 판은 그아래의 유동적인 상부 맨틀인 연약권보다 밀도가 높아 중력 불안정 상태가 되면 판이 맨틀로 섭입한다. 이런 판구조론을 만드는 요인은 원시지구에도 있었을까? 지구 표층이 현재와 같은 온도였다면 적어도 표층 부분에는 강체 같은 암석권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시지구의 내부는 현재보다 온도가 높았을 것이므로 암석권의 두께는 지금보다 훨씬 얇았을 것이다. 암석권은 지구 초기에도 존재했으므로 다음으로 검토할 만한 과제는 암석권의 상대운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어땠을까 하는 문제이다. 우라늄이나 칼륨 등의 방사성 열원이 풍부했던 원시지구에서는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열유동량도 높았을 것이다. 따라서 판의 생성 비율은 현재보다 크고 해령에서 섭입대까지의 거리도 짧았을 것이다. 또 맨틀 대류도 현재보다 활발했다면 판의 생성 비율이나 이동 속도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판구조론이 작용하는 요인을 검토하다 보면 판구조론이 지구 초기에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되는 재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판구조론이 언제 작용을 시작했는가 하는 점이다. 판구조론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는 캐나다 순상지의 지진 탐사 결과였다. 해석 결과를 나타낸 그림에는 지각에서 상부 맨틀을 향해 기울어진 구조가 보이며, 이러한 구조는 판의 섭입으로 형성된 것으로 해석했다. 지진파를 이용한 지하 구조 탐사가 이루어진 곳은 27억 년 전의 지질체이며, 이러한 구조가 27억 년 전에 이루어진 판의 섭입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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