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필바라 안정지괴는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안정지괴(Kaapvaal Craton)와 더불어 시생대 지질학 연구의 메카이다. 35억 년 전에 형성된 오래된 지층이지만 변성도가 매우 낮아 시생대의 지구 표층 환경을 탐구하는 데 최적의 조사지이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필바라 지역은 열변성도가 낮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시생대의 그린스톤 벨트라는 현무암, 처트, 사암이나 이암 등의 쇄설암으로 이루어진 암석 단위와 관입한 화강암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린스톤 벨트라는 이름은 약간 변성된 현무암이 야외에서 녹색으로 보이고 현무암과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지질체가 띠 모양으로 분포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지역에서 그린스톤 벨트는 화강암, 편마암의 거대 암체를 에워싸듯 분포하고 있다. 그린스톤 벨트를 구성하는 지층은 필바라 누층군이라고 부르며, 아래에서 부터 와라우나 층군, 고지크리크 층군, 휨크리크 층군으로 구분된다. 약 35억 년 전에서 28억 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이지만 변성도가 매우 낮아 원시지구의 표층 환경이나 생명 화석의 탐사가 활발했다. 이 지역 남쪽에 28억 년 전에서 23억 년 전 사이에 퇴적된 두꺼운 지층인 포티스큐 층군, 해머즐리 층군이 분포한다. 이들 지층도 1970년대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1980년대에 필바라 지역에서 생명 화석으로 추정되느느 것이 발견되었다. 세포의 크기나 여러 개의 세포가 한 줄로 배열된 특징 때문에 시아노박테리아의 화석으로 추정되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세포 안에 핵이 없는 원핵생물에 속하는 원시생물이지만, 물과 이산화탄소와 태양광으로 유기물을 합성하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생물이 35억 년 전에 출현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캄브리아기 이후 화석은 대부분 대형 동물 화석이나 식물 화석이다. 생물의 계통분류학에서는 생물계를 크게 박테리아 등의 원핵생물 모네라계, 단세포 진핵생물 프로티스타계, 균계, 동뮬계, 식물계로 나눈다. 캄브리아기 이후의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은 대부분 동물, 식물 화석이므로 선캄브리아대에도 원핵생물이나 단세포 진핵생물이 번성했을 것이다. 이들 생물은 아주 작기 때문에 지층에 화석으로 남기 어려울 것이며, 설령 지층 안에 포함돼 있더라도 발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즉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부터 5억 4300만 년 전까지 지구사의 90퍼센트에 이르는 기간의 생물 진화는 깊은 어둠 속에 있었다. 1954년, 미국의 지질학자 엘소 바그혼과 스탠리 타일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오대호 연안에 노출된 19억 년 전의 건플린트 줄무늬철광상에 푸함된 검은색 처트를 조사했다. 그래서 박테리아와 매우 비슷한 형태가 포함된 것을 발견하고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견이 생물 초기 진화의 증거로 받아들여지려면 정확학 논문의 형태로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 그 뒤 10년의 세월이 흘러 바그혼과 타일러가 논문을 완성하기 전에 프레스턴 클라우드가 건플린트 줄무늬철광상에서 산출되는 화석이 지구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시 '사이언스'에 발표하려고 했다. 이 움직임을 알아차린 바그혼은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윌리엄 쇼프를 동료로 끌어들여 1954년에 논문을 완성시켰다. 이리하여 1960년대 후반 들어 선캄브리아대의 검은색 처트에서 박태리아 모양의 화석을 발견하는 연구에 불이 붙었다. 마침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그린란드, 캐나다 등지에서 박테리아 모양 화석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는 아무리 보아도 생명 화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쇼프는 이런 논문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검토하고, 그것들이 화석인지 가짜인지를 판정한 리뷰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고생물학적 연구만이 아니라 동위원소지구화학, 유기지구화학이나 지질학 등 주변 분야와 연계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이런 연구의 진전은 1983년에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발행한 '지구 초창기의 생물권, 그 기원과 진화'라는 전문 도서로 정리되었다. 1980년대 중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필바라 지역에서는 약 35억 년 전의 처트 층에서 박테리아 모양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돔 모양을 한 줄무늬 모양 퇴적암도 발견되었는데, 미생물 매트가 만든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발견은 광합성을 하는 원핵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35억 년 전에 이미 번식했음을 시사했다. 1993년에 쇼프는 필바라에서 채집한 암석에서 시아노박테리아 모양의 화석을 발견하고, 그들을 상세하게 기재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시아노박테리아의 화석이라 해도 좋을지는 형태적인 특징이 별로 없는 현생 시아노박테리아의 모양과 비교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화석을 인정하는 데 주관이 개입하기 쉬운 결점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이 되자 시아노박테리아 모양의 '화석'을 마이크로 규모로 연구하는 방법이 확립되었다. 먼저 화석에 레이저를 쬐어 함유된 탄소를 끄집어내 탄소 동위원소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화석은 암석의 변성작용을 받아 흑연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변질된 유기물, 즉 케로겐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든 탄소 동위원소비를 측정하면 생물 기원인지 비생물 기원인지 논의할 수 있다. 측정에서 얻은 데이터는 생물이 만든 유기물과 일치하는 동위원소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탄소 동위원소비는 변성작용 때 동위원소 교환 반응이 일어나 변화하므로 형상 당시의 정보를 남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또한 1996년에 발표된 화성 기원 운석에서 생명 활동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계기로,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선캄브리아대 지층에 남아 있는 미생물 모양 화석 연구와 연구 방법 개발에 가담했다. 그 결과 1993년에 발표된 쇼프의 논문처럼, 형태 비교를 바탕으로 생명 화석을 인정하는 데는 함정이 있음을 지적했다. 먼저 형태 비교에 대해 또 다른 의견들이 제기되었으며, 이제까지 시아노박테리아와 비슷한 형태라고 생각했던 것도 자세히 보면 다른 구조를 갖고 있어 모양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화석과 비슷한 형태를 한 물질을 열수 용액에서 합성할 수 있다는 연구 발표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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