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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

지구는 열기관이며 열에너지를 전달하는 맨틀 대류

by pfen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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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들어 판구조론이 새로운 지구관으로서 각광받으면서, 판 운동의 원동력인 맨틀 대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유체가 들어 있는 용기를 아래에서 가열하면 위를 향해 솟구치는 상승류가 발생하고, 그 주변에서 하강류가 발생한다. 이것은 열을 효율적으로 수송하는 구조이며, 이 두 가지 흐름이 짝을 이룬다 하여 대류라 부른다. 지구 내부에서 대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한 이는 지구 내부의 열원으로서 방사성 원소 존재의 중요성을 인식한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스이다. 그보다 앞서 열역학을 확립한 물리학자 켈빈 경은 지구가 탄생했을 때 내부가 걸쭉하게 녹아 있었다고 가정하고, 서서히 차가워져 현재에 이르렀다고 생각해 지구의 나이를 짐작하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연대는 약 2000만 년 전으로, 현재 널리 인정되는 지구의 나이인 46억 년과 견주면 극히 짧은 것이었다. 이러한 불일치는 우라늄이나 칼륨 등 방사성 원소의 붕괴로 발생하는 내부 열원을 간과한 데 있다. 그러면 현재 지구 내부에서 솟아 나오는 열에너지는 어느 정도일까?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지각 열유동량을 측정한 후 이를 지구 전체로 확장해보면 약 40조 와트, 단위면적 당으로 보면 870 와트라는 값을 얻을 수 있다. 지각 열유동량은 지온을 측정하여 지온의 변화율을 구하고, 거기서의 암석 열전도율을 측정함으로써 구한다. 대양저에서는 온도 센서를 갖춘 창처럼 생긴 측정기를 해저 퇴적물에 찔러 넣어 측정한다. 지구 중심의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 지구 내부의 온도를 직접 측정할 수 없으므로 간접적인 방법으로 온도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지구의 중심에는 금속인 철로 이루어진 핵이 있으며, 핵은 액체 외핵과 고체 내핵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다. 즉 외핵 영역의 온도는 철의 녹는점을 넘고, 외핵고 내핵의 경계 온도는 정확히 철의 녹는점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이 고압 상태에서 철의 융해 곡선을 추정해 내핵과 외핵의 경계 압력에서 녹는점을 추정하려고 시도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는 융해 곡선에 관한 이론적 연구와, 압력이 비교적 낮은 조건에서 이루어진 실험 결과를 토대로 그 온도를 추정했다. 최근에는 충격파를 이용해 시료를 급격하게 압축하는 실험이나, 다이아몬드 앤빌 셀(diamond anvil cell)이라는 고압 발생 장치를 이용해 고온 고압 상태에서 다양한 물질의 상태를 연구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런 연구 결과 내핵과 외핵의 경계 온도는 약 6000도로 추정되었다. 그러면 핵과 맨틀의 경계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 추정에는 단열 온도 변화율을 이용한다. 단열 온도 변화율이란 어느 계 바깥에서 열이 출입하지 않는 조건을 바탕으로 하여 물질의 압력을 변화시켰을 때 일어나는 온도 변화의 미분계수이다. 지구 내부에서는 온도, 열팽창률, 중력에 비례하고, 비열에 반비례한다. 금속의 열팽창률이나 비열을 사용하고 온도는 약 6600도라는 값을 이용하면, 핵 안의 단열 온도 변화율은 1킬로미터당 0.5도가 되어 핵과 맨틀의 경계 온도는 약 4500도로 추정할 수 있다. 맨틀의 온도에 대해서는 지표의 지각 열유동량과 암석의 열 정도율, 방사성 원소의 분포 등을 이용해 지각과 상부 맨틀의 온도 분포를 추정한다. 그런 연구에 따르면, 100킬로미터 깊이의 맨틀 온도는 1200도 정도라 한다. 만약 맨틀 전체가 대류 하고 있다면, 맨틀 대류층의 윗면과 아랫면의 열 경계층을 제외한 영역도 단열 온도 변화율에 따른 온도 분포를 취할 것이다. 맨틀 물질의 열팽창률, 비열, 맨틀의 온도를 감안하면, 단열 온도 변화율은 킬로미터당 0.4도가 되어 가장 깊은 맨틀의 온도는 약 3000도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림 2-12는 지구 내부의 온도 분포 추정치를 보여준다. 맨틀이 대류 상태에 있고 맨틀 대류가 판 운동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1970년대 이후 정설이 되었으나, 맨틀 대류의 흐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었다. 이 시기의 쟁점은 맨틀 전체가 하나의 대류 세포를 구성하는지, 아니면 대류가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두 층으로 나뉘어 각기 독립해 운동하는지였다.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경계는 보통 660킬로미터 깊이에 있다. 여기서 지진파 속도가 급격히 늘어나는데, 그 원인은 맨틀을 구성하는 물질의 상변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 깊은 부분에서 압력이 증가하면 감람석이나 휘석은 상변화 하여 밀도가 큰 고압형 광물로 변화하는데, 밀도나 지진파 속도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하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띤 광물이 660 킬로미터 깊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 상변화가 일어나는 조건을 온도와 압력의 함수로 나타냈더니 마이너스 변화율을 보였다. 마이너스 변화율을 가진 상변화 면에서는 하부 맨틀에서 오는 상승류가 상부 맨틀로 관입하는 것을 방해할 뿐 아니라 섭입대에서 잠입하는 판이 이 면을 관통해 하부 맨틀로 가라앉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즉 이 경계면이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의 물질 혼합 과정에서 장애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맨틀 물질의 물리적 성질을 검토함으로써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이 각각 독립하여 대류 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한편 맨틀 전체가 하나의 대류 시스템으로서 운동하고 있다는 견해를 가진 연구자들은 그런 상변화가 대류 운동을 차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맨틀이 대류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암석이나 광물도 힘을 가하면 천천히 흐르는 것을 뜻한다. 고체 물질의 유동이나 파괴 등의 성질을 리올 로지(유동성)라고 하는데, 맨틀 물질의 리올 로지는 가해지는 힘에 따른 충격파의 진동수에 따라 달라진다. 지진파가 전파하는 것과 같은 높은 진동수의 힘에 대해 암석은 탄성체로서 흔들리지만, 수천 년이라는 오랜 시간 규모에서는 점토나 물엿과 같은 유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빙하시대에 두꺼운 빙상으로 덮여 있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빙상이 내리눌러 대지가 오목했지만, 빙상이 사라지면서 대지가 원래의 불룩한 상태로 돌아오면서 현재까지 1년에 몇 밀리미터씩 천천히 융기하고 있다. 맨틀의 점성은 이러한 변형 과정을 해석함으로써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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