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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

기후 시스템과 피드백

by pfen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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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시스템 중에서 특히 지구의 기후 상태를 지배하는 요소 전체를 기후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림 2-6은 기후 시스템의 개념도이다. 기후 변동을 해명하는 데 시스템 개념이 필요한 까닭은 기후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실로 ㅗ다양할 뿐 아니라 그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기후 상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예컨대 역사시대 중에서도 특히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기후가 한랭화한 시기가 있으며, 최종 빙기가 끝나고 나서 현재까지 가장 큰 한랭화였으므로 이 시기를 소빙기라 한다. 이 시기에 왜 기후가 한랭화했는지는 기후학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 원인으로 이 시기에 태양 광도가 저하됐다는 설, 대규모의 화산 분화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설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일단 기후가 한랭화하면 산악 지역이나 극역에 내려 쌓인 눈이 여름이 지나도 남아 만년설이 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설빙은 지표의 반사율을 높여 기후 한랭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대로 지구가 따뜻해져 만년설이나 빙상이 녹아 지표를 덮는 면적이 줄면 기후 온난화가 심해진다. 이처럼 기후의 한랭화 혹은 온난화에 의해 기후 변화가 더 심해지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을 포지티브 피드백이라고 한다. 한편 기후가 따뜻해져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 지구를 덮는 구름의 면적이 커지면 구름이 햇빛을 막아 기후를 한랭화한다. 이런 기후 변동을 제어하려는 작용을 네거티브 피드백이라 한다. 기후 시스템에는 포지티브 피드백과 네거티브 피드백이 여러 개 존재하므로 정확한 기후 변동의 원인을 발견하기 어렵다. 나아가 지금 언급한 피드백은 짧은 시간 규모로 작용하는 것이지만, 대륙 이동에 의한 대륙과 해양의 분포 변화, 대륙과 대륙의 충돌에 의한 조산대 형성과 같이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기후를 변화시키는 작용도 있다. 지구가 받아들이는 태양에너지의 분포에 해마다 변화가 있으므로, 대기의 상태 또한 이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런 상태에도 편차가 있다. 이것을 기후 변동이라고 한다. 기상 관측 기기가 설치된 과거 100년의 기후 변동에 대해서는 수치가 데이터로 축적되어 있으나, 더 오래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후를 복원하려면 나무의 나이테, 산호, 빙상, 퇴적물 등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 시료를 바탕으로 한 기후의 복원은 시료의 연대 길이와 시간 정밀도의 분석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나무의 나이테나 산호로는 1년 단위의 기후 복원이 가능하지만, 기껏해야 1만 년 전의 기후밖에 복원할 수 없다. 그린란드나 남극의 빙상코어를 이용하면, 과거 수십만 년에 해당하는 기후를 복원할 수 있지만, 그것들로는 극지방의 기후만 알아낼 수 있을 뿐이다. 해저나 호수 바닥의 퇴적물을 이용하면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후를 복원할 수 있지만, 1000년에 겨우 몇 밀리미터 쌓일 정도로 지층의 퇴적 속도가 느리므로 1년 단위의 변화처럼 시간 분해능이 높은 복원은 곤란한 예가 많다. 그림 2-7은 그린란드나 남극 빙상을 해석해 얻은 과거 40만 년에 해당하는 기후 변동과 대기 중 온실가스의 변천을 나타낸 것이다. 빙상코어의 해석을 바탕으로 하는 기후의 복원에는 얼음에 함유된 수소와 산소의 동위원소비 변동을 이용한다. 산소에는 질량수 16, 17, 18의 동위원소가 있으며, 자연 물질에서 그들의 존재비는 특정한 값을 취하고 있다. 물이 증발하거나 응결할 때 질량수가 작은 분자가 선택적으로 상변화를 하기 쉬우므로, 바닷물이 증발하거나 대기 중 수증기가 응결해 비가 되거나 얼음의 결정이 되면, 그들에 함유된 산소 동위원소의 비는 가벼운 동위원소의 비율이 커진다. 또 이런 동위원소비 변화의 크기가 온도의 함수로 나타나는 것을 이용해 산소의 동위원소비로 기온 값을 유도한다. 마찬가지로 수소에도 질량수 1인 수소와 질량수 2인 중수소 등의 핵종이 있다. 그림 2-8의 기후 변동 복원도는 긴 빙상코어를 채집해 얼음에 함유된 산소와 수소의 동위원소비를 분석하여 깊이의 함수로 표시하고, 깊이마다 빙상이 생긴 연대를 추정하여 시간의 함수로 나타냈다. 빙상코어에 시간의 눈금을 새기려면, 1년마다 줄무늬가 형성되는 빙상을 세세히 분석해 산소 동위원소비가 1년마다 변동한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 그 수를 헤아리면 된다. 빙상에는 다수의 화산재층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분화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다른 빙상코어의 분석 결과와 비교하는 데는 메탄가스의 비율과 탄소 동위원소비 등도 사용할 수 있어, 시간 눈금을 상호 대조해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빙상코어가 과거의 기후 변동을 복원하고 원인을 해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빙상 속에 과거의 대기가 기포 형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빙상은 지표에 쌓인 눈이 결정을 이루어 생긴 것으로, 눈이 얼음이 되는 과정에서 대기의 일부인 공기가 얼음 속에 갇힌다. 그러나 눈이 얼음으로 변하는 데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므로, 얼음의 층에 포함된 성분은 이런 시간 규모에서 평균화한 대기 조성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림 2-9는 남극 빙상을 분석하여 밝힌 대기 조성의 변천이다. 이 그림을 보면 과거 40만 년에 해당하는 빙기와 간빙기의 반복에 대응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감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값은 190 ppmv(체적 백만분율)에서 280 ppmv의 범위이며,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소비에 따른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빙기와 간빙기 사이의 변동 폭에 필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만약 빙기와 간빙기의 기후 차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차이를 크게 반영하고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온실 효과는 앞으로의 지구 온난화를 시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앞서 나타낸 그림을 보면 '기후 변동의 마루와 골'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마루와 골'이 1대 1로 대응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 다른 변동 요인의 영향에 의한 것인지, 과거의 기후 변동이나 대기 조성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차에 의한 것인지는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농도는 기후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이며, 이들 성분의 변동이 어떤 구조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해명하는 것이 기후 변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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