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이나 나무의 나이테에서 볼 수 있는 줄무늬는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테이프 같은 것이며, 변동하는 지구의 여러 가지 양상이 줄무늬에 새겨 있음이 틀림없다. 따라서 일본 나고야 대학 연구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런 줄무늬에 담긴 의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지구를 하나의 변화하는 시스템으로 파악하고, 지구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검토하여 더욱 넓은 구조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따라서 학자들은 지층이나 나무의 나이테에 새겨진 줄무늬를 소재로 하여 새로운 지구관을 찾기 위해 지구과학을 전면 재검토했다. 이런 방법을 상징할 적당한 이름을 고민한 끝에 '줄무늬 지구과학'이라는 표현이 정착된 것이다. 판구조론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연구가 한창이었던 1990년대에 들어, 판구조론 연구 이후의 연구 틀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며, 일본의 연구자들이 모여 다양한 논의를 벌였다. 지구환경의 주기적 변동에 관한 연구나 그것을 기록한 지층 등 자연계의 줄무늬를 해석하는 연구도 그러한 모색의 하나였으며 그러한 연구 모임을 '줄무늬 지구과학 연구회'라고 이름 지어 불렀다. 자연계에는 다양한 줄무늬 구조가 있으며, 그것으로 읽어내려는 내용은 연구자마다 달랐다. 물리학자, 수리 과학자, 지질학자, 고생물학자, 천문학자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해 순식간에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장이 되었다. 이를 통해 지구 시스템의 변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높아졌다. 하늘에서 거대한 천체가 떨어져 지구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하면 지구의 역사를 해명하는 데 우주의 구조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지층도 태양이나 달 등의 천체 변동과 운동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줄무늬를 살펴보면서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면 지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는 관점이 싹틀 것이다. 예컨대 태양 활동과 기후의 관련성은 지구 시스템의 변동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주제이다. 20세기 초에 시작된 나이테 연구는 태양 활동의 역사를 밝히기 위한 재료가 되었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앤드루 더글러스는 태양 활동의 변동으로 지구의 기후가 한랭화하거나 온난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나무의 나이테 두께를 연대의 함수로 나타내는 연구를 했다. 이러한 나이테 연구는 현재 나이테 기후학이나 나이테 연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이테 연대학이란 어떤 나뭇조각의 나이테 폭의 패턴을 표준이 되는 나이테 폭의 곡선과 비교하여 그 나뭇조각이 형성된 연대를 추정하는 것이다. 1970년대 들어 나무의 나이테에 존재하는 방사성 탄소 14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그 변동이 태양 활동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에는 그린란드나 남극 빙상의 줄무늬로, 더욱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후 변동이나 태양 활동의 변천을 읽어내는 연구가 활발하다. 또 적도 태평양의 여러 섬에 형성된 산호초의 산호에 보이는 줄무늬로 엘니뇨 현상이라는 몇 년 또는 10년 정도의 간격으로 일어나는 대기와 해양 활동의 변천을 해독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이처럼 적절한 시료를 확보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분석하면 지구 시스템의 다양한 변동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연구 방법부터 개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들 연구는 앞으로 크게 발전할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 상에는 실로 많은 줄무늬가 있으며 그들 줄무늬에는 지구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또 줄무늬 모양에 시간이 새겨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시료를 채집해 무엇을 분석하면 지구 환경의 변동을 읽어낼 수 있을까? 그것을 해명하는 것이 지구환경학이나 지구 시스템 과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과거의 환경 변동을 복원해 그 원인을 조사하면 지구의 다양한 변동이 복잡하게 얽혀 지구환경이 성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성립 메커니즘을 찾으려면 지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전 지구 시스템의 변동에는 지구자기의 변동이나 자전 속도의 요동 같은 주기가 짧은 것부터 수억 년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대륙의 분열과 합체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엘니뇨 현상처럼 대기와 해양의 변동은 수년에서 10년, 빙기, 간방기 사이클과 같이 설빙권이나 지각, 맨틀의 유동에 관여하는 현상은 수만 년에서 10만 년, 대규모의 생물 멸종이나 거대한 소행성의 충돌은 수천만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 이들은 또한 빙기, 간빙기의 사이클처럼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변동과, 천체 충돌이나 대규모 화산 분화와 같은 돌발적인 사건으로 나뉜다. 그림 1-31은 이런 주기적인 변동이나 돌발적인 사건의 규모와 발생 시간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 문부성은 1995년부터 3년 계획으로 '전 지구사 해독'을 중점 연구 주제로 삼았다. 이는 수억 년이라는 장기간의 변동을 포함해 주기적인 변동이나 돌발적인 사건을 원시지구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조사하는 조직적인 연구이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현상인 엘니뇨 현상이나 빙기, 간빙기의 사이클은 이미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비록 아직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았지만 이는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지구사 연구'를 조직적으로 실행하려는 것이다. 또 지층이나 암석을 분석해 지구 시스템의 변천을 파악하려는 지질학적 접근과, 지구 시스템을 컴퓨터 모델로 표현해 수리적으로 해석하는 지구물리학적 접근을 통합해 특색 있는 방법으로 연구를 추진하려는 것이었다. 이 연구의 계획 입안 단계에서는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일어난 큰 사건 가운데 특히 중요한 7가지를 선정해 해독하여 그림 1-32에 나타낸 것 같은 지구사 7대 사건이 제시되었다. 이들 사건 가운데 다수가 지구환경의 변동과 생물의 진화에서 일어난 대사건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지구환경은 지구과학 분야에서, 생물 진화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각각 따로 연구되었기 때문에 두 분야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전 지구사 해독에서는 생명과학 연구자와 지구과학 연구자가 밀접하게 협력하여 연구함으로써 생명과 지구환경의 관련성을 해명하려 했다. 이런 연구를 진행하면서 생명의 진화가 지구환경의 변화와 어우러진다는 '생명과 지구의 공진화'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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