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라고 하면 우리는 등에 칼처럼 곧추선 골판이 스테고사우르스나, 중후한 갑옷을 걸친 트리케라톱스, 혹은 두 발로 돌아다니는 턱이 큰 티라노사우루스를 떠올린다. 이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중생대라는 시대에 번영한 거대한 파충류 무리이다. 인류가, 공룡이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생물이 옛날 지구 상에서 서식했음을 알게 된 것은 19세기 초의 일이다. 영국의 화석 연구가의 아내인 메리 맨틀이 1822년 처음으로 공룡 화석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이빨 화석이었다. 남미에 사는 이구아나의 이빨과 비슷하여 그 이빨의 주인을 이구아노돈이라 명명했다. 그 후에도 공룡 화석은 계속 발견됐다. 공룡이란 대체 어떤 생물이었을까? 공룡은 왜 그토록 커졌을까? 공룡 화석이 발견되면서부터 새로운 수수께끼가 계속 생겨났고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19세기 중반에는 공룡이 번영한 시대가 끝난 후 포유류의 시대가 왔음이 밝혀졌다. 즉 공룡은 지구 역사의 어느 시점에 지상에서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지질학자는 공룡이 번영한 시대를 중생대라 하고, 그 후 포유류가 번영한 시대를 신생대라 명명했다. 그림 1-14에서 지구사 연대표를 소개한다. 공룡 멸종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다. 어느 고생물학자는 공룡이 멸종한 것은 몸이 커져서 동작이 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자는 번영하기 시작한 포유류가 공룡의 알을 먹어 치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초식성 공룡이 먹는 식물이 쇠퇴하면서 식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 기후가 한랭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상을 발전시킨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도무지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가설을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학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만한 연구 과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1980년 6월, 이런 학계의 분위기를 단숨에 깨트리는 과격한 가설이 등장했다. 미국의 앨버레즈 부자를 주축으로 한 연구 그룹이 지름 1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고 그로 인해 환경이 격변해 공룡 등의 생물이 일제히 멸종했다는 논문을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것은 분명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아들인 월터 앨버레즈는 지질학자이며, 이탈리아의 산속에 노출된 중생대 지층을 연구했다. 지층은 석회암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 아주 작은 화석인 유공충 화석이 있었다. 유공충이라는 생물은 진화 속도가 빨라 오래된 종의 멸종과 새로운 종의 출현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즉 시대에 따라 화석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화석을 포함한 지층이 어느 시대에 퇴적한 것인지를 추정하는 데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연구를 하는 가운데 월터는 중생대 지층과 신생대 지층의 경계에 두께 몇 센티미터의 점토층이 끼여 있으며, 그 층을 경계로 유공충 화석의 종류가 바뀌는 것을 알아차렸다. 즉 점토층 아래는 공룡이 번영한 중생대, 위는 포유류가 번영한 신생대의 것으로, 공룡이 멸종했을 때에 해양에서 서식하던 유공충도 함께 멸종한 것이다. 이 사건은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의 경계에서 일어났으므로, 중생대 백악기를 뜻하는 독일어 크라이데(Kreide)와 신생대 제3기를 가리키는 영어 터셔리(Tertiary)의 머리글자를 따서 'K/T 경계'라 한다. 그러면 공룡 등의 생물은 왜 한꺼번에 사라졌을까?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그 경계에 낀 점토층이 어느 정도의 시간에 걸쳐서 퇴적했는지, 하루 만에 퇴적했는지, 몇 만 년이나 걸려 퇴적했는지 조사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의논 끝에 노벨상 수상자인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는 이리듐이라는 원소가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현재의 지구 표층 암석에는 이리듐이 없지만 우주에서 오는 미립자에는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다. 그 이유는 이 원소가 철과 쉽게 결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지구가 탄생했을 무렵에 금속인 철과 암석이 분리되면서 이리듐은 철과 함께 지구의 중심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오는 미립자는 극히 미량이지만, 해마다 일정 비율로 지표에 쌓이므로, 점토층이 천천히 퇴적했다면 이리듐이 고농도로 함유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월터가 채집해 온 점토층은 즉시 분석 화학자에게 넘겨져 당시로서는 새로운 점토층 분석 방법인 중성자 방사화 분석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이리듐을 함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지름 10킬로미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행성이 목성과 화성 사이에 퍼져 있는 소행성대에서 왔다면 초속 25킬로 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충돌한 셈이 된다. 소행성은 지각을 뚫고 상부 맨틀까지 이르러, 거기서 대 폭발을 일으킨다. 이 충돌로 인한 충격은 충격파를 발생시키고 그 충격파는 지진파보다 빠르게 퍼져 나가고, 지각과 맨틀 물질은 도려낸 것처럼 운동을 하며 흩날린다. 그리고 거대한 충돌 크레이터가 형성된다. 그 크기는 충돌한 천체의 10배에서 20배에 이른다. 그리고 흩날린 지각이나 맨틀 물질의 파편은 대기 속을 포물선을 그리듯이 날아가 지구 표면에 널리 퇴적한다. 물론 가느다란 미립자도 대량으로 방출되는데, 그들은 대기 속에 머물면서 태양광을 차단하여 지상은 몇 달 동안 암흑으로 변했을 것이 틀림없다. 공룡들은 충돌로 발생한 폭풍에 휘날렸다. 그리고 어떤 공룡들은 해안을 습격한 거대한 지진해일에 휩싸여 죽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공룡들은 어둠 속에서 먹을 것이 없어 죽거나 추위 때문에 숨이 끊어졌다. 아무튼 공룡의 세계는 거대한 소행성의 일격으로 멸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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