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탄생하고 나서 현재까지 46억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화석, 지층, 암석 등은 그동안 지구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실마리이다. 화석을 통해 우리는 그 옛날 지구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지층에 있는 빙하 퇴적물이나 증발암은 지질 시대의 기후가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지층의 줄무늬 모양에는 낮과 밤의 되풀이, 조수의 간만, 계절의 변천 같은 지구 표층 환경의 주기적인 되풀이가 기록되어 있다. 또한 마그마가 차가워져 굳은 암석에는 지구 내부의 변동에 관한 정보가 간직되어 있다. 지구 내부와 표층 환경의 변동 그리고 생물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알려면 우선 현재 지구가 어떤 구조를 하고 있는지와 지구 변동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진흙과 거대한 자갈돌이 그대로 퇴적한 지층을 이해하려면, 빙하나 빙하 작용에 의해 토석이 운반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조산대나 열곡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판구조론을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지구의 구조와 메커니즘에 관한 이해는 지구과학의 진보와 더불어 심화되었다. 특히 1960년대에 확립된 판구조론과 1980년대 등장한 소행성 충돌에 따른 공룡 멸종설은 현재 지구관의 기초가 되었다. 게다가 이들 학설은 종래의 지구과학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에 반전을 꾀하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대륙 이동설이란 수면에 떠 있는 나뭇잎과 같이 대륙이 지구 표면을 떠다니며 움직인다는 설이다. 이는 1910년에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알프테트 로타르 베게너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남미대륙의 동해안선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선이 서로 들어맞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 베게너는 다음 해에 대서양을 사이에 둔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 메갈로 사우루스라는 육상 생활을 하는 파충류 화석이 발견됐다는 논물을 읽고 대륙 이동설을 확신했다. 대양을 사이에 둔 두 대륙에서 같은 동물의 화석이 발견된다는 것은 이전에 이들 대륙이 서로 붙어 육지로 이어져 있던 증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베게너는 1912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지질학회에서 첫 강연을 했다. 그림 1-2는 베게너가 복원한 각 지질시대의 대륙 배치도이다. 중생대에는 남반구에 아프리카, 남극,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가 모여 곤드와나대륙으로 뭉쳐있었고, 북반구에는 아시아, 유럽, 북미대륙이 모여 로라시아대륙을 이루었다. 이들 거대한 대륙은 이어져 있었으며, 베게너는 이 대륙을 판게아라 명명했다. 판게아는 그리스어로 '모든 대륙'이라는 의미이다.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은 당시 지질학자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땅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베게너는 이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고기후와 고생물, 조산대의 배치에 관한 데이터 등 다양한 증거를 모아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베게너가 위대한 점은 자기가 확신한 견해를 책으로 정리해 후세에 남긴 것이다. 게다가 그 탁견은 오늘날에도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림 1-3에는 고생대 석탄기 무렵의 빙하 퇴적물의 분포와 빙하가 흐른 방향을 표시했다. 이러한 자료는 옛날 남미,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가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다고 생각하면 합리적으로 설명이 된다. 베게너는 초대륙 판게아를 뒤덮은 거대한 빙상을 상상하면서 고생대의 빙하 퇴적물 분포도를 그린 것이다. 베게너가 죽고 나서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대륙 이동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자료가 제시됐다. 그것은 극이동곡선이라 하는 것이다. 극이동곡선은 지질시대에 있었던 지구자기의 극이동을 나타낸 것으로, 암석이 형성된 연대와 암석에 기록된 당시의 지구자기마당 정보를 구하면 묘사할 수 있다. 암석에서 읽어내는 정보는 당시 자기력선의 방위와 막대자석의 수평면을 기준으로 한 기울기이다. 지구자기마당은 막대자석이 만드는 자기마당과 같이 쌍극자 자기마당을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지구자기의 축은 지질시대 동안에 지구의 자전축, 즉 지축과 거의 일치했을 것이다. 이 같은 지구자기마다의 성질을 통해 어느 지점의 지구자기 복각은 그 장소가 위치하는 위도의 함수로 나타낼 수 있음을 밝혔다. 암석의 자기적 성질을 연구하는 고지자기학자는 대륙에 노출된 여러 시대의 지층에서 암석을 채집해 암석에 새겨진 자기로 그 암석이 생긴 시대의 복각과 편각을 측정한다. 그것으로 지구자기의 극 위치를 계산하고 그 위치의 점들을 연결해 극이동곡선을 그린다. 영국의 지구물리학자인 스탠리 링컨은 유럽과 아메리카의 극이동곡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구의 자기마당은 막대 양끝에 두 극이 있는 자석이 만드는 쌍극자 자기마당으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왜 극이동곡선이 대륙마다 몇 개씩 그려지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지구자기의 극이 여러 개 있어서 대륙마다 달랐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구자기의 극은 움직이지 않고, 대륙이 각각 고유의 운동을 하면서 지구 표면을 떠돌아다녔다고 생각하면 쉽게 풀린다. 즉 베게너가 생각한 것처럼 대륙이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5는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에서 얻은 고생대 이후의 극이동곡선이다. 그림 1-6은 중생대의 대륙 배치에서 극이동곡선을 그린 것이다. 두 대륙의 극이동곡선이 과거로 갈수록 벌어지는 것은 두 대륙의 상대운동을 나타내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베게너가 구상한 대륙이동설을 뒷받침하는 고지자기학적 증거가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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